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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 아냐” 프랑스 이민자ㆍ퇴직교사도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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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제화 댓글 0건 조회 381회 작성일 19-08-20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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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업! 젊은 정치] <8회> 정치 살리는 정치교육 
[저작권 한국일보] 집담회 단체사진

평균 연령 61세의 고령 의회, 정치 신인에게 틈을 주지 않는 당 지도부. 프랑스는 우리 정치 현실과 놀라우리만큼 오버랩되는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2년 전 조금 자유로워졌다. 기자와 만난 프랑스 전ㆍ현직 장관과 의원, 그리고 당원들은 “반성 없는 정치인들을 민심은 선거로 심판했고,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크롱이 ‘정치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의회가 눈에 띄게 젊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새 집권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기득권이 잘못해서’ 판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연이 모든 걸 바꿀 순 없다. 유권자 의식을 살리는 시민교육, 그리고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이어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변화다.

모로코 출신 프랑스 이민자로 유럽의회 의원이 된 무니르 사투리(Mounir Satourisㆍ41), 64세에 정치 신인으로 데뷔해 지방의원과 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직 물리교사 마리 프랑수아 다라(Marie-Francoise Darrasㆍ67), 도의원 선거에 출마해 선거자금을 보전받을 만큼 높은 지지를 받은 한국인 이민자 정운례(47)씨. 이처럼 평범한 시민의 정치 출사표가 느닷없지 않은 이유는 ‘정치가, 나아가 민주주의가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프랑스 국민에겐 선명하기 때문. 이들 세 사람을 정치로 이끈 공통된 인식은 바로 “정치는 특별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명제였다. 이민자라서, 정치 경력이 전무한 고령의 정치 신인이라서 유권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신선함이 강점이 됐다. 보통의 존재들이 생각하는 프랑스의 정치와 그들의 선거 경험담을 최근 프랑스 파리 시내 사투리 의원 사무실에서 들었다.

▦무니르 사투리 유럽의회 의원

[저작권 한국일보] 모로코 출신 프랑스 이민자로 유럽의회 의원이 된 무니르 사투리(41),  ◇모로코 출신 유럽의회 의원 무니르 

1978년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난 사투리 의원은 15세 때 고국에서 교육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다 4주간 구금됐다. 집행유예를 받아 석방된 그는 당시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권유로 프랑스로 이주했다. 16세 때 일이다. 그러나 프랑스도 청소년을 위한 나라는 아니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청년 보수를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정부 정책은 학생 시위를 불러일으켰고, 여기 참여한 것이 그의 첫 정치적 행보가 됐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학생조합에 가입해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2002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뒤, 2010년과 2015년 일드프랑스(Ile de France) 지역의원에 당선했다. 2015년부터 녹색당 대표로 활동하던 그는 올해 5월 유럽의회 의원에 선출됐다.

 ◇‘젊어서 억울한’ 프랑스 청년들 

무니르 의원은 단지 젊어서 불이익을 받는 프랑스 청년을 떠올리며 한탄했다. 그리고 청년을 대변하기 위해 젊은 정치인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제의회연맹(IPU)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국회의원 중 40세 이하 비율은 23.22%(한국은 1% 미만)다. 그런데도 무니르 의원은 청년의 대변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청년은 대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는커녕 인턴 자리 하나 구하기 힘듭니다. 방 한 칸을 얻으려면 신용보증이 필요한데 구직자는 보증할 일자리가 없으니 어려운 일이지요. 직장이 있는 청년은 어떨까요? 똑똑하고 스펙이 뛰어나도 (사회나 기업은) 책임감 있는 직책을 맡기지 않습니다. 너무 젊다는 이유로요. 능력이 같아도 보수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40세 이상인 시니어 컨설턴트는 25세 이하의 주니어 컨설턴트보다 임금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젊은 정치인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기성 정치인이 자리를 내놓지 않으니 법으로 청년 몫을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됐지만, 비례대표 명부에 여성을 50% 포함시키도록 만드는 과정도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여성이 부족해서 명부를 제출할 수 없다’는 정당이 적지 않았지요. 마찬가지로 젊은 후보 비율을 30% 강제하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청년이 정치에 참여하는 길을 열어 줘야 합니다.” 무니르 의원의 발언은 우리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 300명 중 기득권 정치인의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간 만 39세 이하 의원은 단 2명(0.6%)뿐. 정치신인에게 더 척박한 현실은 국내 정치생태계다.

최근 투표율이 낮아진 유럽의회 선거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에서 62%에 달했던 투표 참여율은 이번 선거에서 43%로 고꾸라졌다. “유럽의회는 국민에게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유럽의회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릅니다. 실제로는 유럽의회가 각국의 경제와 이동수단, 농업 등 국민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 있음에도 자기 삶과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무니르는 유럽의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낮아진 이유를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에 도달하지 못한 유럽의회 구조 탓”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의회는 크게 3개 기관의 결정으로 돌아갑니다. 국민에 의해 구성되는 유럽의회, 대통령이 지명하는 각종 위원회, 각국 부처 장관을 모은 위원회가 그것이죠. 이 중 오직 유럽의회만이 국민을 대표합니다. 문제는 유럽의회가 다른 두 기관보다 힘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원들보다 국가원수에 의해 임명된 관료들이 더 힘이 많고 더 많은 결정권을 행사합니다. 한마디로, 유럽의회는 구조 자체가 아직 민주주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지요. 이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이 지속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정운례 프랑스 녹색당원

[저작권 한국일보] 2015년 프랑스 도의원 선거 출마했던 정운례씨.  ◇평범한 한국인 이민자 정운례씨 

20년 차 이민자인 정운례씨는 ‘집안에 마을 이장조차 없을 정도’로 정치와 무관했다. 두 아이의 엄마다. 운명처럼 이끌려 프랑스에 정착한 직후인 2002년 자크 시라크와 장 마리 르펜, 두 대통령 후보가 결선 투표에 오르자 프랑스 국민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너 같은 외국인은 바로 추방이야”라는 말에 분노해 얼떨결에 시위 대열에 합류한 게 첫 정치 행동이다. 이후 환경과 기후에 대해 깊이 고민하다 녹색당원이 됐다. 2015년 도의원 선거 후보 마감을 앞두고 동료 당원으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지만 처음엔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출마하냐”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정치인 따로 있고 시민 따로 있으면 그게 민주주의인가. 당신의 자리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내 달라”는 동료의 추천사에 마음이 움직여 후보자가 됐다.

 ◇“선거자금은 부담되지 않았어요” 

프랑스에서 정치 신인이 어쩌면 무모하게 보이는 도전을 감행할 수 있는 데에는 낙선한 후보를 빚더미로 몰아넣는 독점 정치의 장벽이 없는 덕분이다. 우선 돈이 있어야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게 만드는 기탁금 장벽이 없다. 정씨도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결심 외에 돈 걱정은 없었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서 선거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두 가지예요. 정당 소속 후보들의 선거자금을 관리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거나, 후보자가 지정한 ‘선거자금 대리인’이 선거운동 중 지출하는 자금을 수표로 지급하는 방식이지요. 단, 선거자금 운용에 대한 법적 책임은 후보가 집니다. 제가 출마했던 이블린(Yvelines)에선 녹색당 도의원 후보들의 선거자금을 관리하는 협회가 있었어요. 녹색당이 목돈을 대출한 뒤 후보들에게 대출계약서를 쓰고 선거자금을 빌려주었습니다. 저는 빌린 2,500유로를 선거자금 계좌에 고스란히 입금해 협회에서 관리했습니다. 선거에서 지지율이 5% 이상이고, 지출한 비용이 선거법이 정한 선거자금 한도액의 절반 이하로 지출한 경우 전액 환급 받습니다. 저는 선거자금 총액이 최대한도액(1만8,416유로)의 절반 이하인 2,280유로여서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선거 자체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항목은 후보가 아닌 국가가 돈을 댄다. 선거용지뿐 아니라 선거 벽보, 유권자에게 배달되는 공약 홍보물도 나라 몫이다. 두툼한 공보물 사이에 초라한 흑백 인쇄물 한 장 끼우는 서글픈 일이 프랑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다.

 ◇젊은이와 정치신인에 열린 정치, 그리고 민주적 공천 

30대 젊은 정치 신인 마크롱이 대통령이 됐을 때 정씨가 보고 들은 프랑스 국민 반응은 합리적이었다.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경험 없는 젊은이가 뭘 할 수 있겠냐”는 걱정부터 하진 않더라는 것이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네’라며 웃는 사람도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할 텐데’하는 우려는 못 들었습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요.” 경륜부족으로 공격받기 시작한 건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본격화한 다음이다.

정씨는 자신이 경험한 프랑스 정당의 공천방식이 민주적이었다고 전했다. “(후보자가 되려면) 자의든 타의든 추천을 받아 얼마나 동의하는지 반드시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또 도의원 선거에는 남녀 후보 둘과 부후보 둘, 모두 4명이 한 조가 돼 후보 등록을 했습니다. 2015년부터 여성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해 만든 정책입니다.”

▦마리 프랑수아 다라

[저작권 한국일보]35년간 교단에 선 전직 물리교사 마리 프랑수아(67).

◇35년간 교단에 선 물리교사

마리 프랑수아 다라 녹색당원은 1977~2012년 물리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퇴직 후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어 눈을 돌린 곳이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녹색당이다. 60세 넘어 입당한 그가 한 일은 선거 공보물을 기획하고 배포하는 일. 환경보호를 위해 정한 개발제한 구역에 공사를 감행하는 현장을 찾아 맞서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벌채를 막기 위해 시위에 참여했다. 정치적 야망은 가져 본 적이 없지만 동료들의 권유와 격려에 힘입어 2015년 63세 나이에 지방선거에 처음 출마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신념을 지키기 위한 일이었다. 2017년에는 하원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낙선했다. 그는 “의원 중 나 같은 무경력자 한 명쯤 있어야 제대로 된 의회 아니겠냐”고 반문할 정도로 프랑스 정치 현실을 걱정한다.

◇佛 청소년 위한 정책 ‘위선적’

40년 가까이 학생들 편에서 정치 판을 바라본 그는 프랑스 청소년 정책이 매우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늘 개혁을 약속하지만 결국 예산이 부족해지면 우선순위가 교직원 감축이었고, 이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교육부 소속 교사로서 수십 년간 교육개혁을 지켜봤습니다. 국가는 젊은이를 위한 정책들을 편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 정말 위선적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부처로 교육부가 존재하지만 (하는 일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항상 개혁을 약속하지만 정작 필요한 부분은 개혁되지 않았습니다. 젊은이들은 점차 기회만 잃었습니다.”

 ◇청소년 정치수준 높아… 잠재력 있는 청년 지지 

교사 시각에서 학생들의 정치수준은 제법 높다고 평가했다. 정치 교과과정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보면 토론 방식에 익숙하고 논증도 탄탄하더라는 것이다. “프랑스 중ㆍ고등학교에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매학기 교사와 학교운영자들이 모여서 학기 평가를 할 때 학급을 대표해 반장들이 회의에 참석합니다. 민주주의 수업과 토론수업을 통해 프랑스 정치를 분석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을 대변할 젊은 정치인이 늘어나길 소망했다. “지금의 국회는 너무 등질적이어서 사회의 계층을 폭넓게 아우르지 못합니다. 당헌과 당규는 청년에게 전혀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지요. 청년들이 단지 젊다는 이유로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겨선 안 됩니다. 신념과 카리스마가 있다면 (청년들도) 지지해줘야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 왼쪽부터 무니르 사투리 유럽의회 의원, 정운례 프랑스 녹색당원, 마리 프랑수아 다라 녹색당원.

파리=박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이준성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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